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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선데이서울 같은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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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71회 작성일 25-12-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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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 남은 사흘이라는 시간은 문득 문지방처럼 서 있다.
이미 넘어온 것인지, 아직 서성이는 중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다 지나왔다고 하기엔 미련이 남고, 아직 남았다고 믿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자리다.
남은 며칠이 저물녘의 골목처럼 유난히 길다. 시간은 말없이 내 어깨 위에 먼지를 얹는다. 올 한해는 한 권의〈선데이서울〉 잡지처럼 지나치게 울긋불긋했다. 얼룩진 사건들은 활자보다 컸고, 상처는 사진의 프레임을 넘쳐흘러 다음 호를 기약하지 않을 만큼 깊었다.
탄핵 뉴스를 마주하는 낮은 짧았고, 밤은 유난히 길었다. 우리의 생업은 늘 심장보다 앞서 달렸고, 숨 고를 틈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돌아보면 우리는 살아온 것이 아니라, 그저 버티며 한 해를 통과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 통과의 문제였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지나온 끝에 남은 것은 공허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 뒤에야 비로소 드러난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서야 숨이 놓인다. 힘들었다는 고백조차 이제는 늦게 도착한 진실처럼 소란 없이 우리를 위로한다. 그때처럼, 그나마 그럭저럭 잘 버텼다고, 서로를 알아보던 옛 동지들이 문득 그립다. -박원철(진영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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