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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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568회 작성일 25-06-14 22:54본문
-박원철-
46세 건축주 여승, 그녀는 보기 드문 미인이다.
부처님이 모든 조각을 모아 정교하게 단 한 번 빚은 여자인 듯...
까까머리에 그녀의 이마는 달빛을 닮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검은 호수처럼 깊고
샛별같이 반짝인다. 코는 작지만 오만하다
최 목수가 세심한 목공 칼로 둥근 기둥을 다듬은 듯 어느 각도도 흠이 없다.
돌아앉아 두드리는 목탁 소리에 실린 청아한 맑은 목소리는
적막 속의 음악으로 세상의 어둠을 조용히 밀어낸다.
그녀의 목은 길고도 부드러워 백조의 자태처럼 우아하다.
고개 한 번 돌릴 때마다 세워 논 기둥이 기울고,
최목수와 천씨가 침을 꿀꺽 삼킨다.
오늘은 건축주 여승이 병원 가고 없는데, 현장에 웬 난봉꾼이 왔다.
술에 취했다. 아무리 말려도 진정이 안 된다.
112 신고했더니 경찰이 와서 잡아갔다.
폭행과 작업을 방해한 것이야, 늘 선데이서울 같은 건축현장이라 묵인을 해줬지만,
그자가 차를 운전해 와 음주 운전으로 처벌을 받게 돼 미안했다.
알고 보니 평소 이놈이 여승을 짝사랑해
밤마다 담 밖에서 말없이 담배만 피고 가는 것을
스님은 방안에서 담배 냄새를 맡고 안다고 했다.
아, 그래서 스님이 담을 성처럼 그렇게 높이 쌓아달라고 했구나!
-진영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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