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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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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5,632회 작성일 22-01-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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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신문 발행인


명절이라고 벌써 고향 온 친구가 찾아왔다.

옛날 고향 있을 때야 사랑방에 모였지만, 요즘은 사무실이 사랑방이다.

커피 한 잔 놓고 옛날 코흘리개 그 모습에 오미크론 경제 정치가 들쑥날쑥 녹아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래그래 하며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고 이놈은 신이 났다.

이재명, 윤석열이가 나오니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놈이 정치 얘기 고마 좀 해라,

내사 두 놈 다 찍어주기 싫다며 초를 친다.

 

"그건 그렇고 잘 나가는(건달) 역 앞 니 형님은 잘 계시나?"

 

"아이고 말마라 죽을때까지 그런다, 형님이 췌장암 걸려 대학병원서 3기라고 6개월 밖에 못 사니

수술할 필요도 없고 죽는 날까지 먹으라는 진통제 한 달 치 약만 받아 왔다."

 

 

친구 형님은 이왕 죽을 몸 약 먹고 며칠 더 살면 뭐 하겠노,

약을 쓰레기통에 다 버리고 다음 날부터 김밥을 싸 금병산 정상을 매일 3번 산행했다.

그해 가을 금병산 정상에 앉아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이제 저 낙엽이 떨어질 때쯤이면 나도 죽겠구나!

읍내 옛날 극장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와 힘겹게 매달린 낙엽 하나를 쓸쓸히 바라봤다.

 

끈질긴 목숨은 가을 겨울을 넘기고 금병산에 또 봄이 왔다.

벚나무 아래 할미꽃이 제비 입 모양 쏘옥 움 튼 것을 보며 아! 6개월이라면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좀 더 살아서 할미꽃 피는 것도,

금병산을 붉게 물들인 화사한 벚꽃 한 번 더 보고 죽었으면 좋으련만......

애써 갈증을 외면하며 걸음을 토막 내 중간중간 등굽은 벚나무을 쓸어안으며 정상을 올랐다.

 

언제부터 두 어깨를 무겁게 휘감은 푸른 용무뉘 밑으로

얼었던 혈관이 풀려서 이제 뜨거운 와인처럼 가볍게 돌고 있다.

나는 왜, 이 작은 할미꽃 한 송이도

큰 나무 밑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낼 수 있는 걸 모르고,

여태 살아오면서 제일 굵고 화려한 나무가 되기 위해

그토록 고집하며 몸을 천대했을까?

 

이제 내가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바꿘 계절을 한번 더 바라보는 것이고

희망이 있다면 벚꽃이 수놓은 산북도로 성당 길을 걷는 것 뿐이다.

 

이번 일요일은 영철이 친구 놈 따라 예배당이나 한 번 가볼까?

살아온 지난 세월이 울긋불긋 한 <선데이 서울>처럼 회한에 붙잡혀 

하염없이 진영읍내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오길 어느새 2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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