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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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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10,076회 작성일 20-12-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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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 

-15-

마을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법석 이었다. 퇴임이장의 메론 밭을 작살내고 마을을 가로지르며 겅둥 춤을 춘 조랑말, 알리 때문이었다. 당초에 갈색 말의 자태를 구경꾼에게 홀연히 등장시켜 재롱을 보이고, 고객을 말 등에 태워 마음을 흔들어주자는 생각이었다.

익어가는 밭의 농작물에 소요된 인간의 수고는 알리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탐스럽게 익은 곡식은 사람보다 우선 알리에게 반가움을 주었다. 사람 눈에 띄지 않을 때 알리는 농작물을 슬금슬금 먹어치워 놈의 배가 빵빵해 졌다.

놈은 자신을 호위하는 경호원이자 주인인 순돌에게 책임이 떨어지는 불상사를 여러 번 안겨주었다

말은 사람들과 다른 방식의 의사소통을 했고 순돌은 코흘리개 아이였다

이렇듯 자유분방한 말을 마을 축제에 등장시키려니 마을의 관계자는 여간만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축제에 말이 왜 끼이냐고 젊은이 들은 토를 달았으나 방문객의 주머니와 지갑을 향한 지대한 관심 때문에 급기야 조랑말 알리도 마을 잔치에 출연하게 한 것이다.

마을에 가로지른 신장 로를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배치시켜 축제를 보러온 사람들의 눈길을 유혹 할 참이었다

소품을 장식하고 길을 따라 차양 막을 설치하기로 했다. 부직포로 만들어진 그물막을 운반하려니 무거웠다. 젊은이들은 순돌이 없는 틈을 타서 조랑말의 잔등을 잠깐 실례하여 실어 나르기로 했다. 조랑말도 마을 축제에 등장하기 위한 가족임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길모퉁이를 돌자 이놈은 자신의 주인이자 경호원인 순돌을 보고 반가워 뛰는 통에 그물 한 자락은 땅에 끌리고 한 자락은 등짝에 묶여있는 모양새로 순돌에게 달려왔다

풀어져 길게 드리워진 그물은 길바닥에 잡초더미와 검불을 쓸면서 먼지를 일으키고 말은 달렸다. 긴 줄을 끌며 뛰는 말을 정지시키려고 순돌은 두팔을 흔들며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 놈은 두 팔을 흔드는 순돌이 변심한 줄 알고 냅다 방향을 틀어서 돌아온 길을 향해 다시 뛰었다. 그러나 그쪽 에서도 젊은이들이 두 팔을 들고 알리를 향해 쫒아오고 있었다.

도대체 발이 두개뿐인 인간들은 신뢰할수 없는 존재였다 .말은 다시방향을 틀어 신장 로 사이의 샛길로 뛰어들었다. 샛길에는 환삼덩굴이 엉켜있었다. 환삼덩굴이 끝날 때 쯤 메론 밭이 펼쳐져 있었다

멜론을 심어 농가소득에 보탬이 되게 할 요량으로 정성을 기우린 밭 이었다. 말은 멜론 밭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알리는 축제에 출연하여 돈을 벌기도 전에 메론 값을 물어줘야 할 판이었다. 순돌의 변덕에 실망한 알리는 부직포그물을 달고 줄행랑을 놓으며 메론 밭을 짓이기고 있었다. 메론 밭 임자는 열이 밭치는 동안에도 궁리를 틀어 망가진 멜론 값을 누구에게 물려야할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순돌은 길에 퍼질러 앉아 도주한 알리를 부르며 곡지통을 터트렸다.

 

한참을 통곡 하고 있는 순돌의 머리통을 쓸러주는 이가 있었다. 경희였다. 말고삐의 줄을 순돌의 손에 쥐어 준 경희는 손수건을 나비처럼 접어 순동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순돌은 고사리 같은 주먹으로 다시 알리를 쥐어박으려고 손을 쳐들었다. 그러나 경희는 재빨리 순돌의 손을 잡고 말렸다. 알리는 변덕이 죽 끓듯 하고 경솔한 순돌의 성격을 용서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장 집 둘째 딸은 친구 경희와 조랑말에게 연신 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알리와 순돌과의 망가진 우정을 SNS에 올릴 참이었다.

순돌은 자신을 배반하고 낮선 경희와 우정을 튼 알리에게 심한 질투를 느껴 다시 새로운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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