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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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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영신문 댓글 0건 조회 9,406회 작성일 21-01-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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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이야기

-17-

송씨는 어제 자신이 등으로 업어 나른 강원도 여인에 대해서 궁금하여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자신의 등허리에 남아있는 그녀의 느낌은 하루가 지난 후 더욱 무게를 더하여 그를 짓눌렀다. 송씨는 그녀의 신상이 궁금했으나 묻지 않았다. 섣부른 질문은 그녀에게 향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들킬 것을 우려하여 애써 참았다. 그로서는 보기 드문 참을성을 발휘하였으나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안심했다. 다만 그녀의 아픈 발을 빌미로 그녀의 여행의 출발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강원도에서 왔고 정선 아리랑의 허밍으로 그 사실을 표현해 보인 것 이라고 생각 했다. 세속적인 노래가 그녀의 입을 통해 송씨의 귀 바퀴에 돌풍을 일으킨 흔적은 그녀의 아픈 다리가 다 나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쩌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깊게 각인 될지도 몰랐다.

송 씨의 등 뒤에서 맴도는 그녀향기의 진동에 의해서 그의 곡괭이질의 템포는 흐트러 졌다. 그의 인내심이 비등점을 넘을 때 그는 곡괭이를 던져버렸다. 집으로 향했다. 모자를 벗어 어깨의 먼지부터 탈 탈 털고 신발을 갈아 신고 울바자를 나섰다.

그는 다시 돌아섰다. 되돌아가 등허리에 남아있는 그녀의 향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가서 그녀를 만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자신 있게 눈부신 여인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울바자를 나섰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손을 물에 불려 깨끗이 씻었다. 그의 투박한 손은 깨끗해 졌으나 손톱사이의 떼는 좀처럼 주인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손등으로 입술을 쓰윽 흠치고 다시금 집을 나섰다. 몇 번씩이나 집을 나서는 송 씨를 향해 도열해 있는 길가의 살살이 꽃들은 그때마다 의뭉스러운 눈빛을 서로 마주치고 활짝 웃으며 현란하게 몸을 흔들어대고 그리고 그의 외출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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